나는 세 번째로 창업했던 음악 레이블, 유니크튠즈를 닫기로 했다. 12년을 운영하던 회사를 정리하기로 마음먹고도, 회고를 시작하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 인생에서 음악 레이블을 운영한 시간만도 15년을 넘는다. 오늘은 그 시간을 꺼내 보기로 했다. 이메일 계정과 사진 아카이브를 열었다.
실패한 사람의 회고는 조금만 방심해도 감상적인 변명이나 과장으로 기울기 쉽다. 그래서 감정은 가능한 한 뒤로 미뤄두고, 숫자와 선택의 기록을 남기려 한다. 내가 무엇을 가정했고, 무엇을 실행했고, 어떤 데이터 앞에서 멈췄는지. 음악 비즈니스의 복기(Retrospective)다.
이 글은 성공담이 아니다. 다만 기록해두고 싶다.
내가 세 번째로 음악 레이블을 창업하며 처음부터 그린 그림은, ‘한국 인디 레이블’이 아니라 글로벌 인디펜던트 레이블이었다. 모토는 most unique music in the world.
나는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원했다. 한국 안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삼는 방식이 아니라, 애초에 해외에서 통할 팀을 만들고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목표로 설계를 시작했다. 로디아(LODIA)는 그 목적을 위해 만든 첫 번째 팀이었다.
로디아를 시작할 때 나는 이미 첫 창업한 ATC 미디어에서 디지털 싱글 음원을 수십 개 제작해본 상태였고, 소셜 미디어 마케팅만큼은 누구보다 잘한다고 자만하고 있었다. 음악과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결과로 스카우트되어 DSP 미디어에서 A&R과 마케팅 팀장을 맡으면서, 나름 업계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예산으로도 고퀄리티를 만들고, 해외에서 반응을 만들고, 해외 공연을 다니며 글로벌 매니아를 확보할 수만 있다면 “이건 해낼 수 있겠다”는 마음이었다.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당시엔 엔터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자원은 여섯 가지라고봤다. [기획, 콘텐츠 퀄리티, 아티스트 역량, 마케팅, 자본, 운]. 그중에서도 첫 번째 지표는 자본(Capital)이다.
대형 시스템과 달리, 유니크튠즈의 자본 지표는 0.1 수준에 불과했다. 외부 투자금도, 대출도 아니었다. 시작 당시의 유일한 판돈은 어머니가 ‘향후 결혼 자금’으로 평생 모아두셨던 청약 통장을 해지한 돈이었다.

그 돈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외진 골목의 지하 작업실을 얻었다. 보증금 500만 원, 월세 55만 원.


자본은 비어 있었지만, 응원은 식탁 위에 있었다.
